상온노출 사고로 지연됐던 독감백신이 이번엔 침전물 발견으로 제약사가 자진 회수에 나섰다. 이에 따라 상온노출로 49만명분이 수거된 데 이어 61만5000명분의 물량까지 빠지게 됐다. 오는 13일부터 만 13~18세 대상 접종 재개를 앞둔 상황에서 또다시 리콜 사태가 발생, 향후 접종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9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독감백신 제조사인 한국백신이 자사의 인플루엔자 백신 ‘코박스플루 4가PF주’ 61만5000개(4개 제조단위)를 자진 회수한다고 밝혔다.

자진 회수하는 이유는 해당 백신 속 백색 입자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백색 입자의 성분은 단백질 99.7%, 실리콘 오일 0.3%다. 백색 입자는 항원 단백질 응집체로 확인됐다. 백신 중 항원 단백질이 응집해 입자를 보이는 경우는 드물지 않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백신의 구성 성분과 주사기에 따라 유통 중 시간이 지나면서 항원 단백질의 입자가 커질 수 있다. 백색 입자는 한국백신이 사용한 2곳 회사의 주사기 중 1곳의 주사기에서만 나왔다. 회수 대상 백신은 이날 기준 1만7812명에게 접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 예방접종(NIP) 지원사업 대상자 7018명, 일반 유료접종자 1만794명이다.

현재까지 보고된 이상사례는 국소부위의 통증이 1건 있었다. 최원섭 고려대학교 교수는 이날 정부의 독감 백신 일부 수거 관련 브리핑에서 “수거검사, 제조사 현장검사, 전문가 자문 의견 등을 종합할 때 ‘코박스플루4가PF주’의 효과와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국민 안심 차원에서 백색 입자가 확인된 2개 제조단위를 한국백신이 자진 회수하기로 한 것이다. 또 같은 주사기를 사용했지만, 백색 입자가 확인되지 않은 다른 2개 제조단위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자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식약처는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 조사 결과 적정 온도로 관리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조소로부터 한국백신 영업소까지 운송하는 동안 차량 온도기록(3.3~6.1℃)과 운송 받은 날부터 수거일까지의 냉장보관소 온도기록(3~6℃)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유통 과정에서 독감백신이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되자 국가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하고 백신 49만명분을 수거했다. 상온 노출로 효력이 떨어졌을 우려가 있어 수거된 49만명분의 독감백신에 이어 이번 한국백신의 61만5000개를 더하면 110만개 가까이 접종 물량에서 빠지는 셈이다.

이번 물량에 대한 폐기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당장 오는 13일부터 만 13~18세 대상 접종이 재개된 상황에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이의경 처장은 “13일부터 재개하는 독감 백신 접종 물량과 관련해 질병관리청과 협해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수거업체에서 자발적으로 수거하는 것을 신속하게 독려해 최대한 백신 접종에 영향이 없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이어 질병관리청과 협조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해당 제품 사용을 중단하고 업체 회수에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독감백신 우선 접종 권장 대상자인 어르신, 생후 6개월∼18세 어린이, 임신부 등은 이상 반응이 발생하면 보건소나 예방접종 도우미 누리집으로, 백신 유료접종자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누리집으로 신고해달라고 안내했다. 특히 식약처는 사용상의 주의사항을 잘 확인하고 사용 전에 충분히 흔들어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또 맨눈으로 살펴 변색이나 침전이 있을 경우에는 사용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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